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
우주의 끝에 있는 레스토랑
전에도 말한 바 있지만, 우주는 불안할 정도로 큰 곳이다.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화로운 삶을 위해 이 사실을 무시하고 싶어한다.
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고안해낸 좀 더 작은 장소로 기꺼이 이주하려 할 것이고, 실제로 대부분이 그렇게 하고 있다.
예를 들어, 은하계 동쪽 날개의 한구석에는 오글라룬이라는, 숲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행성이 있는데, 거기에는 ‘지성을 가진’ 주민들이 모두 커다란 호두나무 한 그루에 바글바글 모여서 영원히 살아간다. 그들은 그 나무 위에서 태어나고, 살고, 사랑에 빠지고, 인생의 의미와 죽음의 허무함, 인구 억제의 중요성 따위들에 관한 짧은 논문을 나무껍질 위에 새기고, 극도로 하찮은 전쟁을 몇 번 치르고, 마침내 발길이 잘 닿지 않는 바깥쪽 나뭇가지 아래에 매달려 죽는다. 사실, 오글라룬 사람들 중에서 그 나무를 떠나는 이는 가증스러운 범죄를 저질러서 내동댕이쳐진 사람들 뿐이다. 그 범죄란, 다른 나무에서도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, 혹은 다른 나무들은 진짜로 오글라 호두를 너무 많이 먹어서 생긴 환영에 불과할까 하고 궁금해 하는 것이다.
저런. 우린 지금 우주의 끝에 있는 레스토랑에 있어. 넌 아직 제대로 살아보지도 않았는데 말이야.